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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서 총성…폭동 현장은 전쟁터 방불"

4·29 폭동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19일, 샌타애나 경찰국에서는 뜻깊은 기념식이 거행됐다. 폭동 진압을 위해 LA에 파견됐던 샌타애나 경찰 30명이 LAPD로부터 공로상을 받은 것이다. 당시 LAPD 측의 지원 요청으로 작전에 투입된 샌타애나 경찰은 약 80여 명. OC레지스터는 20일자로 당시 긴박했던 순간들을 그들의 입을 통해 보도했다. 공로상을 전달한 LAPD 찰리 벡 국장은 “타지역에서 지원해준 동료 경찰들 때문에 어둠 속에서 한줄기 희망을 발견했다”며 “그들이 없었다면 도시가 다시 안정화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존 폴로(당시 SWAT팀 소속 수사관ㆍ은퇴) - 폭동이 시작될 무렵 나는 아내와 함께 TV를 통해 그 장면들을 보고 있었다. 큰 일이 났다는 사실을 직감한 나는 본부로부터 전화가 올 것을 예감했으며 아니나 다를까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나는 동료와 함께 크렌쇼 불러바드와 슬로슨 애비뉴 인근에 배치됐다. 당시 주변에는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곳곳에서 피어 올랐고 상점 유리를 깨고 물건을 약탈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마침 약탈 용의자를 잡아 현장에서 조사를 진행하던 중 어디선가 총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주위를 살펴보니 바로 10피트 옆에 총알 자국이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우리가 여기서 활동하는 것을 싫어하는 세력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짐 스나벨(현 커맨더) “현장에 배치를 받았을 때 마치 전쟁터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온천지에 불이 나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뛰어다니고 총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폭동 당시 나는 마약 수사대 사복 수사관으로 근무 중이었다. LA 파견 명령을 받고 동료와 크랜셔 불러바드 어딘가로 배치됐는데 완전 혼돈상태(chaos)였다. 순찰임무를 맡고 사람들을 진정시키는데 전력을 다했다. 여럿이 몰려다니면 사고를 저지를 확률이 높기 때문에 뭉쳐 다니지 못하게 주의를 주기도 했다. ▶데이비드 발렌틴(현 샌타애나 교육구 경찰국장) 당시 새내기였던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선배들과 함께 LA다운타운에 배치되었다. 임무는 소방관과 긴급복구 인력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폭도들이) 열쇠없이 가게 들어가(무단침입)는 것을 목격했지만 그들을 체포하는 것이 나의 임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우리에게 돌과 물병을 던지고 야유를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 항상 방패와 보호장비를 착용했던 기억이 난다. 신승우 기자 gowest@koreadaily.com

2012-04-22

[4·29폭동 19주년-3·끝] 한-라티노 커뮤니티 교류, 내일을 위하여…한인타운 안전까지 함께 손 잡았다

1992년 4.29 LA폭동 이후 한인 커뮤니티의 활동과 비즈니스가 흑인 대상에서 라티노로 바뀌면서 라티노 커뮤니티와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접점이 커졌다. 최근 몇 년 사이 한인 단체와 업체들은 라티노와의 친구가 되는 길을 찾고 있다. 지난 2월 진행된 '나이트아웃'은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와 라틴아메리카장애인협회(UDLA) 등을 중심으로 타운 안전을 위해 주민들이 뭉친 행사였다. 한인 단체들끼리 한인만을 위해가 아니라 라티노와 같이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 라티노 종업원의 위치도 달라졌다. 라티노에게도 매니저 등 주요직에 기용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2005년쯤 랜초쿠카몽가 매장의 과일.야채 매니저직을 라티노에게 맡긴 한남체인의 김병준 이사는 "피부색을 떠나 오랫동안 일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믿었다. 앞으로도 능력이 되면 인종에 대한 차별 없이 모든 직원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 단체 라티노 스태프도 늘고 있다. 민족학교 등은 한인에서 벗어나 라티노 등을 포함한 범커뮤니티 차원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고 코리아타운청소년회관(KYCC)과 건강정보센터(KHEIR)는 단체 이름에서 한인이라는 단어를 빼고 커뮤니티 봉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한인타운노동연대(KIWA)의 박영준 소장은 "라티노 커뮤니티와의 교류를 시작한 95년 쯤만 해도 한인 고용주와 사업주 커뮤니티 리더 모두 라티노를 '멕작'이라며 인종 차별적인 혐오적인 표현들을 쉽게 했고 차별이 뚜렷했다. 지금은 커뮤니티 리더 등을 중심으로 인식에 변화가 오면서 많이 개선됐지만 밑바탕에는 아직도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라티노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은 개선됐지만 문제는 한인에 대한 라티노의 인식이다. 직장에서 한인과의 만남이 가장 많을 수밖에 없는데 업주뿐만 아니라 동료로부터 받은 개인적인 경험과 상처가 일반화돼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박 소장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한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한인이라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조언이다. 또 이민 등 양 커뮤니티의 공동 이해관계가 만나는 이슈와 공통분모를 찾아 같이 풀어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장태한 UC리버사이드 소수인종학과 교수는 "라티노 커뮤니티와는 같은 이민자라는 동질감이 있다. 새로운 땅에서 열심히 일해 성공하고 싶다는 목표가 같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타운은 이름만 코리아타운이지 라티노 거주자가 더 많다. 서로에 대한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고 나서가 아니라 평소 유대 관계를 맺어야 한다. 평소 유대가 있으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타운 인구 구성면에서 한인 숫자가 적다고 하지만 결속력과 경제력에서 잘 조직돼 있고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한인만 볼 것이 아니라 라티노를 포함한 타운을 놓고 접근해야 한다"며 "이제 한인 커뮤니티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재희 기자

2011-04-27

[4·29폭동 19주년-2] 한인 업주-라티노 종업원 관계, 그들의 문화 이해가 첫 출발…마음 열어야 상생

'한인 고용주-히스패닉 고용인'의 모습은 한인경제권의 기본 패턴중 하나다. 그만큼 업종을 불문하고 한인 업소에 고용된 히스패닉 직원이 많다는 얘기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곳이 LA 다운타운이다. 얼마 전 한 의류상가에서는 한인 업주들 모임이 있었다. 종업원들의 불미스런 행동으로 피해가 만만찮으니 대책을 세우자는 말들이 오갔다. 주인 몰래 물건을 빼돌리는 게 대부분이었다. 업주들의 성토가 이어지던 말미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들은 숫자가 많다. 누군가 상가 종업원들을 잘 못된 방향으로 몰아가기라도 하면 그 땐 정말 큰 일이다." 이날 업주들은 "종업원들을 우리가 먼저 잘해줘야 한다. 못 알아 듣는다고 욕을 하거나 줄 것 제대로 안 주고 비난만 하면 안된다"는 자성의 자리로 끝을 맺었다. 자바 상권은 한인이 쥐고 있지만 종업원의 절대 다수는 히스패닉 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해프닝이었다. 최저 임금의 값 싼 노동력이 필요한 한인 업주와 어쨌든 돈이 필요한 히스패닉 노동자를 빗대 '악어와 악어새'가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적확한 표현은 아닌 듯싶다.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 경제적 논리만으로 다가서다가는 극한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 베테랑들의 조언이다. ▶히스패닉-꼭 필요한 일꾼 타운에서 저임금 풀 타임 인력을 고용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봉제는 히스패닉 노동력이 아니면 공장을 돌리는 것 자체가 어렵다. 한인 업주들이 히스패닉 노동자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 10년 가까이 'D&R' 봉제공장을 운영해 온 이희복 사장 히스패닉을 고용의 1차적 이유가 '임금'은 아니라고 했다. 이 사장은 "히스패닉 인력이 봉제일에 적합하기 때문"이라며 "봉제는 손놀림이 중요한만큼 흑인이나 백인보다 히스패닉이 신체적으로 잘 맞는다"고 말했다. 물론 제대로 된 히스패닉 기술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또 이직률이 높아 기술을 제대로 가르치기도 어렵다. ▶이해 못해도 느낌으로 안다-욕 갈등의 시작은 이해 부족에서 비롯한다. 상대의 말을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하면 오해가 싹트기 시작한다. 영어로 적당히 의사소통을 하면서 일을 하지만 속상하고 답답할 때면 욕설이 절로 터져 나온다. 주인이 "임마 새X"등을 외치면 그들도 다 안다. 그럴 때면 그들도 스패니쉬로 돌아서서 중얼거린다. "징가~ 마리꽁" 등. 서로가 욕이란 것을 알게 되면 감정적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업주들은 답답한 마음에 스패니쉬 공부를 해 보지만 마음 같지 않다. D&R의 이 사장은 "차라리 아주 못 알아 들을 때가 더 편했던 것같다. 한인들은 특히나 권위의식 같은 게 있어서 종업원들이 대들라 치면 겉잡을 수 없게 된다"며 "말로 이해하는 것보다 감정 조절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줄 건 줘야지-임금.오버타임 자바는 지난 주에도 가주 노동청과 고용개발국(EDD)의 노동법 단속으로 일부 업체가 적발됐다. 작업장 규칙 준수 등 매니지먼트와 관련한 위법 행위로 된서리를 맞았다. 의류협회 이윤세 이사장은 "노동청이 요구하는 작업장 기준이 있다. 부착물이라든 지 타임체크 등을 구비해야 하는 데 간과했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물론 오버타임 미지급 등 일부 나쁜 업주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의류상의 경우도 10여 년 전에는 임금 문제가 큰 이슈가 됐지만 이제는 그런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소잉 쪽에서 워낙 경기가 나쁘다 보니 페이 문제가 이슈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건-오픈 마인드 '히스패닉 종업원들과 함께 일 하는 업주들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을 택한다. 가족처럼 친밀하게 대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철저히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를 유지하는 거다. 둘 다 행동이 명확하기 때문에 차라리 분쟁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엔 작업장이 너무 삭막하다. 하루에 절 반 가까이 시간을 보내는 데 시종 사무적 관계라면 정작 필요할 때 도움을 얻기 어렵다. 김문호 기자 moonkim@koreadaily.com

2011-04-26

[4·29폭동 19주년-1] 인종화합을 배웠다…한-라티노 '뗄 수 없는 두 수레바퀴'

4·29 LA폭동이 일어난 지 19년이 됐다. 폭동으로 큰 상처를 입은 한인 사회는 내부 결속력과 정치력의 필요성을 통감했다. 또 대외적으로는 타 커뮤니티와의 이해와 협력의 중요성을 배웠다. 19년이 지난 지금, 흑인 사회보다는 라티노 사회가 한인 사회의 '이웃'으로 더 가깝게 다가왔다. 두 커뮤니티는 가족을 중시하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인생을 즐긴다'는 라티노 특유의 정서와 '인생을 준비한다'는 우리 민족 정서 간의 간극도 존재한다. 양 커뮤니티의 공존 번영을 위해 현재를 짚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리즈를 준비했다. ▶파트너 관계로 발전 = 4·29 폭동 당시 한인과 흑인은 ‘업주와 고객’의 관계였기 때문에 둘의 목표는 상반될 수밖에 없었다. 한쪽은 비싸게 팔아야 했고, 한쪽은 싸게 사야 했다. 한인 업주가 흑인 종업원을 두는 일도 거의 없었다. 갈등이 생기면 첨예하게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비해 현재의 '이웃'으로 다가온 라티노 사회는 크게 보면 파트너 관계다. 둘은 비록 경제력 차이로 인해 '상하 관계'로 설정돼 있지만, 어쨌든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다. 이 차이에서도 갈등은 존재하지만, 알게 모르게 동반자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한인 업주가 필요하고, 라티노 종업원이 필요한 공존 상생의 관계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도 무너질 수 있다. 쉽게 갈라설 수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한인-라티노 사회를 ‘톱니바퀴’로 비유했다. 경제적인 면에서 볼 때 한인 사회라는 큰 톱니가 라티노 사회라는 작지만 많은 톱니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름칠’만 자주, 제대로 하면 톱니들은 잘 굴러갈 수 있다. 기름칠은 이해와 소통이다. 카타리나 리커의 황희주 사장은 “라티노 직원들은 존중해주면 그만큼 열심히 일한다”며 “성품이 착하고 순박해 업주에게 존경심을 보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당 업주는 “바쁜 점심 손님을 받고 난 뒤 주방에 있는 라티노 종업원과 같이 식사를 할 때는 내 가족 같다"며 "아마 큰 일이 나도 라티노 종업원은 우리 가게를 지킬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고 말했다. ▶타운 안의 라티노 = ‘코리아타운’이라고 하지만 라티노 커뮤니티를 따로 뗄 수 없을 정도로 타운은 한인과 라티노 커뮤니티의 주거와 상권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8가와 노먼디 코너를 중심으로 라티노 업소들이 퍼져있고, 6가와 알바라도 인근에는 라티노 최대 상권이 존재한다. 바로 옆집에 라티노가 사는 아파트는 타운 곳곳에 있다. 한인타운노동연대(KIWA)가 200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타운 내 거주민 70% 이상은 해외 출생으로 전체 50% 이상이 멕시코·중미·라틴 아메리카, 20%는 한국 출신이다. 당시 기준 타운 내 라티노 거주민은 11만 7000명 가량이다. 지난 10년간 라티노 인구는 30% 가까이 늘었다. 인구는 늘고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거주하다 보니 여러 곳에서 갈등도 자주 빚어진다. 대부분은 경제력 차이에 따른 인종적 편견이 작용한다. 멕시코계 마우리시오(50)씨는 “한인 업주들은 매일 급하고,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난다”며 “알아듣진 못하지만 눈빛에서 감정이 섞여있다는 것, 욕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해고될까봐 참고 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29 폭동의 원인에 대해 “인종 편견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등 다른 여건이 맞물려 생긴 충돌”이라며 “여기에 문화, 가치관에 차이가 크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충돌이 일기 전, 지속적인 이해와 배려·어울림으로 '갈등의 완충지대'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노력이 늦어지면 향후 사소한 일이 큰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IWA 박영준 소장은 “타운 발전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라티노 커뮤니티는 주거와 비즈니스 모두에서 한인 커뮤니티와 접점이 크다”며 “라티노 커뮤니티를 주목하고 같이 가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4·29 LA폭동 = 1991년 3월 과속운전으로 도주하던 로드니 킹을 구타한 백인 경관들에 대한 재판이 1992년 4월 29일 열렸고 이날 오후 무죄평결이 나자 이에 분노한 사우스 센트럴 지역 흑인들이 소요사태를 일으켰고 그 불똥이 LA한인타운으로 튀면서 폭동으로 번졌다. 6일간 지속한 4.29 폭동으로 50여 명이 사망하고 2000여 명이 부상당했으며 3000여 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재희·김정균 기자

201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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